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
석면노출실태 파악과 정보공유 필요
한국은 여전히 ‘석면공해 수출국’
우리나라 학교의 석면노출 실태는 얼마나 될까? 불행하게도 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김춘진 의원실과 유니세프 국회친구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2010 석면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김춘진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사 결과, 유치원을 포함한 2만여 개 학교 대부분의 건축물에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1등급과 2등급 비율이 적고 위험도가 적은 3등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석면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의 석면분포 실태’에 대해 발표한 이채관 교수는 “조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석면노출현황에 대한 조사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실내환경학회에 의뢰해 권역별 표본 100개 학교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석면검출 비율이 88.3%에 달했다.
특히 천정텍스, 밤라이트보드, 천정재, 슬레이트(100%), 가스켓 등에서 많이 검출됐으며, 천정텍스의 경우 백석면보다 훨씬 위험한 갈석면이 일부 검출되기도 했다. 이후 교과부는 2009년 직원들을 동원해 전국 3158개 유치원 및 초ㆍ중ㆍ고 및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육안검사를 실시한 결과 99.1%의 검출비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손상부위가 전체면적의 10% 이상으로 비산 우려가 있는 1등급은 22개교(0.7%), 손상정도가 10% 미만인 2등급은 417개교(13%)에 달해 대부분 시각적으로 훼손이 없거나 극소수인 3등급이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육안검사라는 한계가 있고, 석면검출율은 건물 전체에서 단 하나라도 석면이 있는 물질이 발견되면 석면검출로 나타난다. 따라서 단순한 수치를 가지고 위험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 교실 천정에 깨진 곳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학생들이 석면에 대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참가자들은 석면실태에 대한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보공유 통한 열린문화 지향
캐나다는 매년 24개 학교를 선정해서 2008년부터 학교 석면을 제거하고 있다. 학교 석면관련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 정부의 건물 관련 규정을 적용해 석면관리계획을 작성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안전보건관리자, 시설관리자, 교장 및 건물관리자의 역할이 모두 규정돼 있으며, 석면이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공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학교근로자들의 석면노출방지 지침을 알리고 있다.
캐나다 학교의 사례에 대해 발표한 노영만 교수(Simon Fraser University)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 즉 과학적 사실들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가? 일반인들은 전문가들에 비해 석면과 같은 특수한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알기 쉽게 전달해서 시민들을 학습시키고, 정보의 공유를 통해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캐나다의 정책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도 사업 시행 이전에 각종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들은 나름대로 주민연구회를 통해 이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석면으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인근 학교 등에서 불안감을 갖게 되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보의 공유를 강조했다.
말 뿐인 석면대책은 그만
▲서초환경연합 김영란 국장 |
이에 대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장은숙 공동대표는 “개ㆍ보수가 이뤄지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과연 법, 규정대로 석면이 해체되고 있는냐에 대해 회의가 든다”면서 “학부모들마저도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며,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 대표는 “교과부에서 2011~2013년까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2007년부터 석면지도를 만들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학교석면에 대해 강한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말 뿐이 아닌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서초환경연합의 김영란 국장 역시 “2005년부터 석면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2007년에야 조사가 이뤄졌고, 88% 높은 비율로 석면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교과부의 늦장 대응을 비판했다. 또한 김 국장은 “올해 종합대책을 다시 수립할 때는 보다 정확하고 치밀한 계획과 예산을 공개해야 하며, 석면의 자연비산 뿐 아니라 다른 시설 개보수, 철거 등에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석면에 대한 학교 교육 부재
▲최상준 대구가톨릭대 교수 |
최 교수는 “학교에서 석면의 위험성과 안전에 대해 교육시켜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환경과목을 선택으로 두고 있지만 전체 중고등학교에서 환경과목을 선택하는 학교는 10% 남짓에 불과하며, 담당교사의 전문성 마저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교과부가 석면에 대한 홍보물을 만들고 배포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환경과 보건 등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에 대한 교육을 재점검하고 제2의 석면이 나오더라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석면공장 ‘아시아’
한편 노영만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석면을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에 따르면 CBC는 2008년에 ‘어글리 커네디언(ugly Canadian)’이라는 제목으로 자국에서는 석면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인도로 석면을 수출하는 캐나다의 부도덕한 실태를 고발했다.
마스크나 방피복도 없이 작업하는 현장을 직접 취재함으로써 일부 선진국들이 개도국으로 석면을 수출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노영만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도 58개 기업이 석면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에 대해 2009년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독성이 강한 청석면, 갈석면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지만 백석면은 캐나다, 러시아, 남아공 등의 석면광산업계와 정부가 ‘조심해서 사용하면 안전하다(controlled use)’라는 논리를 내세워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 정부와 어용전문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언론과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캐나다는 2007년까지 세계 최대의 석면수출국이었으며 이 가운데 75%가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됐다. 또한 아시아 국가들 중 인도는 32개의 석면가공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1년간 5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려 가장 많은 양의 석면을 수입했다.
그러나 이 교수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세계 전자상거래 무역사이트인 ‘알리바바’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08년까지 석면 수출국으로 등재됐던 캐나다는 더 이상 석면을 수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국내 석면사용은 금지한 반면, 58개 기업들이 수출기업으로 등재돼 있어 ‘석면공해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2009년 1월1일부터 석면사용이 전면금지됐으며, 청석면과 갈석면은 1997년에 사용이 금지됐다. 유엔의 WHO 산하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은 1973년에 청석면 등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1986년에 청석면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권고결의안을 채택했다.
출처: 2010.04.12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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