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지렁이는 어디로?
이승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장마철이 다가왔다.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 참으로 변덕스럽다. 이 비가 그치면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리라는 것은 확실한데 주변 환경은 참 불안하고 더 변덕스럽다. 인간이 불안할 정도니 주변 동식물이야 오죽 하겠는가?
모처럼 필자는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이라는 단어는 늘 누군가의 가슴에 따뜻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도로 복개율이 낮아 비가 올 때 걸어 다니면 신발에서 흙이 튀어 올라 바지 뒤쪽을 황토빛으로 물들이곤 했다.
그 시절에는 황토물 튀는 것이 왜 그리 싫던지 조심조심 신발을 옮기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땐 한가지 더 조심하던 일이 있었다. 땅바닥을 보면서 지렁이를 밟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사실 지렁이를 밟지 않기 위해 피해 다니다가 바지 뒤쪽에 더 많은 흙탕물이 튀었다. 근데 요즘은 지렁이가 보이질 않는다. 비가 오는 날에도 지렁이는 나오지 않는다.
오늘 필자의 고향에도 비가 왔다.
지렁이를 찾아 바닥을 한번 둘러보았다. 전부 시멘트와 아스팔트뿐이다. 마냥 뛰어 다녀도 흙탕물이 튈 것 같지 않다. 어렸을 때와는 다른 아쉬움이 밀려 왔다. 두리번 두리번 혹시 지렁이가 있을까 찾아보았다. 그런데 지렁이가 눈앞에 보였다. 반갑게도 지렁이 몇 마리가 어디론가 계속 가고 있었다. ‘어디서 나왔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주변에는 시멘트와 아스팔트 뿐인데도 4마리의 지렁이가 나와서 꾸물꾸물 돌아다녔다. 지렁이를 보니 참 기분은 좋았다가 ‘어디 땅을 찾아 가야 할텐데’란 걱정이 들었다.
지렁이가 살 수 있는 좁은 틈조차 없이 흙을 두꺼운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차단한 것이 참 한심스러웠다. 좀 더 주변생물들을 고려해 투수성 블록을 만들어 시공했더라면 인류에게도 편하고 생물에게도 분명히 삶의 공간이 생겼을 텐데 말이다. 우리의 이기심으로 작은 동물이 살 공간조차 사라지고 있다.
지렁이는 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지렁이는 식물이 살 수 있는 비옥한 토양과 토양 생물이 살 수 있도록 분변토를 만들어 낸다. 지렁이는 다량의 토양을 섭취해서 소화시킨 뒤 배설물로 내놓는데 이 배설물에는 치환성 칼슘, 마그네슘, 칼리질, 인산 및 미량원소가 함유돼 있어 식물의 성장과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분변토는 악취가 없고 입자(0.2㎜~2㎜)가 매우 고르며 식물의 뿌리활착이 우수하고 식물 성장성이 좋아 조기에 수확이 가능하도록 하며 과실류는 당도, 과중, 크기, 모양새를 아주 좋게 만들어 준다. 수확량도 약 10~30%의 증수 효과를 가져온다.
인류에게는 삶의 여유가 이렇게 없을까 ?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서 지렁이가 살 수 있는 몇 mm의 작은 공간도 허용하지 않는다. 야생동식물이 살 수 없으면 인류의 생존도 없다. 생물은 서로 공존해야 하며 생물, 비생물 요인이 복합적 상호작용을 해 생태계는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생태계의 인위적 단절은 결국 우리의 목을 스스로 조이게 할 뿐이다.
삶의 여유로 생물에게 작은 틈(?)이라도 허용하자. 인류의 생존도 결국 생물공존의 바탕위에 존재한다.
* 출처 : 환경시사일보
이승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모처럼 필자는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이라는 단어는 늘 누군가의 가슴에 따뜻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도로 복개율이 낮아 비가 올 때 걸어 다니면 신발에서 흙이 튀어 올라 바지 뒤쪽을 황토빛으로 물들이곤 했다.
그 시절에는 황토물 튀는 것이 왜 그리 싫던지 조심조심 신발을 옮기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땐 한가지 더 조심하던 일이 있었다. 땅바닥을 보면서 지렁이를 밟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사실 지렁이를 밟지 않기 위해 피해 다니다가 바지 뒤쪽에 더 많은 흙탕물이 튀었다. 근데 요즘은 지렁이가 보이질 않는다. 비가 오는 날에도 지렁이는 나오지 않는다.
오늘 필자의 고향에도 비가 왔다.
지렁이를 찾아 바닥을 한번 둘러보았다. 전부 시멘트와 아스팔트뿐이다. 마냥 뛰어 다녀도 흙탕물이 튈 것 같지 않다. 어렸을 때와는 다른 아쉬움이 밀려 왔다. 두리번 두리번 혹시 지렁이가 있을까 찾아보았다. 그런데 지렁이가 눈앞에 보였다. 반갑게도 지렁이 몇 마리가 어디론가 계속 가고 있었다. ‘어디서 나왔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주변에는 시멘트와 아스팔트 뿐인데도 4마리의 지렁이가 나와서 꾸물꾸물 돌아다녔다. 지렁이를 보니 참 기분은 좋았다가 ‘어디 땅을 찾아 가야 할텐데’란 걱정이 들었다.
지렁이가 살 수 있는 좁은 틈조차 없이 흙을 두꺼운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차단한 것이 참 한심스러웠다. 좀 더 주변생물들을 고려해 투수성 블록을 만들어 시공했더라면 인류에게도 편하고 생물에게도 분명히 삶의 공간이 생겼을 텐데 말이다. 우리의 이기심으로 작은 동물이 살 공간조차 사라지고 있다.
지렁이는 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지렁이는 식물이 살 수 있는 비옥한 토양과 토양 생물이 살 수 있도록 분변토를 만들어 낸다. 지렁이는 다량의 토양을 섭취해서 소화시킨 뒤 배설물로 내놓는데 이 배설물에는 치환성 칼슘, 마그네슘, 칼리질, 인산 및 미량원소가 함유돼 있어 식물의 성장과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분변토는 악취가 없고 입자(0.2㎜~2㎜)가 매우 고르며 식물의 뿌리활착이 우수하고 식물 성장성이 좋아 조기에 수확이 가능하도록 하며 과실류는 당도, 과중, 크기, 모양새를 아주 좋게 만들어 준다. 수확량도 약 10~30%의 증수 효과를 가져온다.
인류에게는 삶의 여유가 이렇게 없을까 ?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서 지렁이가 살 수 있는 몇 mm의 작은 공간도 허용하지 않는다. 야생동식물이 살 수 없으면 인류의 생존도 없다. 생물은 서로 공존해야 하며 생물, 비생물 요인이 복합적 상호작용을 해 생태계는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생태계의 인위적 단절은 결국 우리의 목을 스스로 조이게 할 뿐이다.
삶의 여유로 생물에게 작은 틈(?)이라도 허용하자. 인류의 생존도 결국 생물공존의 바탕위에 존재한다.
* 출처 : 환경시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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