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자궁에서 생명의 무덤으로
"아이고 자들은 쩌그에 뭐가 있다고…."
"안녕하세요? 조개 캐러 가세요? "예에~" "뭐가 많이 나와요?" "생합이죠." "이렇게 한번 나가면 얼마나 잡으세요?" "별로 못 잡아요. 값도 많이 떨어지고." "키로에 어느 정도 하는데요?" "2천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천원 했는데 더 떨어졌네요. 하루 2만원 벌기도 벅차요." 그 전에는 하루에 5~6만원은 기본으로 벌었다고 한다. 지금은 물막이가 완료 된 후 조개들을 한꺼번에 잡아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그나마 이제 조개잡이 일도 곧 그만둬야 할 형편이다. 6월 장마가 시작되면 남아있던 생명들이 한꺼번에 죽을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비는 생명을 살리지만 새만금에서 만큼은 예외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물었다. "갯벌 없애는데 찬성한 주민도 있었어요?" "앉아 있는 사람들이나 모를까 바다에 나가는 사람은 다 반대했제. 여그서 돈이 나오는디…. 인자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몰르겄어." 다른 할머니 한분이 명쾌하게 말을 꺼낸다. "이거(새만금 간척사업) 오산이여. 우리 같은 늙은이야 죽으면 그만이지만 이것을 뭐 할라고 막아." 이곳을 삶의 터전삼아 평생 살아왔던 주민들에게 있어 새만금 파괴는 누구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도대체 조개잡이 장소는 어디란 말인가? 아주머니들의 걸음은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이렇게 멀리 나가지 않으면 조개를 잡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안개 때문에 몇 미터만 떨어져도 앞 사람이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조개잡이 일을 하셨다는 할머니 한분이 안개를 보면서 말씀 하신다. "요상허네 아침에는 안개가 껴도 저녁에는 안 끼는디." 어제 이곳에는 비가 내렸다고 한다. 아마도 그 비가 증발되면서 안개가 낀 듯싶다. 죽어있는 조개 사진을 찍느라 뒤처졌더니 아주머니 한분이 걱정해 준다. "총각오빠 우리 잘 따라 오라고 해! 길 잊어 먹으면 안 되니께." 한 아주머니가 약밥을 꺼내더니 먹으라고 준다. 또 한 아주머니는 호박즙을 주고 어떤 아주머니는 사탕도 준다. 그렇게 시골 아주머니들의 잔정을 확인하면서 한 시간여 걸었다. 아주머니들이 갑자기 우왕좌왕 하신다. 안개로 인해 조개 잡는 장소를 잃어버린 듯하다. "맨날 오는 우리도 길을 잃어버리네."
"많이 나와요?" "물이 써지(빠지지) 않아서 잘 안나오네요."
"아주머니 여기 조개껍데기들 동죽 맞죠? "예에 동죽이네요." "예전에도 이렇게 껍데기가 많았어요? "없었어요." "그럼 물막이 한 뒤로 다 죽은 것들이네요? "예에 그렇죠."
새만금 간척사업을 지지 하는 사람들은 "잘 개발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그 논리에 맞게 경제적인 측면으로 따진다면 경복궁도 개발해서 고층빌딩을 세우는 게 낫지 않을까? 덕수궁도 창경궁도. 경복궁을 허물고 빌딩 세운다면 미친 짓이라고 할 텐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자연자원을 파괴하는 건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인정해 주어야 하는 걸까? 문화자원과 자연자원 둘 다 소중하다. 어쩌면 갈수록 환경재앙에 직면해 있는 현세에는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자연자원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이 땅의 자연자원을 파괴하는지 꼭 그래야만 하는 건지. 그럴 자격이 있는 건지, 새만금을 죽인 그 분들께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개발보다 어렵고 위대한 건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잘 지키는 일이다. |
출처 : Atta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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