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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연가

2006. 10. 29. 06:21

    가을 연가 가슴에 서리서리 얽힌 회포를 풀기 위해 가을 강가에 닿았다 몸을 나풀거리며 반가이 맞아주는 갈대 지난 날 연인과 함께 하늘 보며 기쁨을 나누던 추억의 보금자리 아직도 별과 달이 뿌리고 간 깊은 사연을 잎새마다 매달고 있는 듯 사랑의 내음이 스멀거린다 서서히 냉기가 몰려오는 날이면 그리움의 향수 잔뜩 배인 그곳으로 달려가 추억의 흔적을 더듬는다 가을이면 토지는 그리움의 열병을 갈잎에 살며시 전송하여 가을은 따뜻했었노라고 가을 연가는 우울을 뛰어 넘은 생의 빛나는 활력소였었다고 갈대 잎에 슬며시 조각을 한다 가을 연가 / 반기룡

        가을 편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읍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읍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해 열린 문 
        닫아버렸읍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읍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읍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읍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고정희  
         
        
출처 :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글쓴이 : 소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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