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소식

'만신창이 갯벌' 게 한 마리 없었다

2006. 7. 25. 04:40
» ‘매향리 대책위원회’ 전만규 위원장이 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함께 21일 낮 경기 화성시 매향리 농섬에서 토양과 갯벌을 오염시키는 이른바 ‘방망이탄’을 들고 섬의 오염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만신창이 갯벌’ 게 한마리 없었다

정부가 환경오염 치료가 끝나 미국 정부로부터 반환받기로 발표한 15곳 가운데 한 곳인 경기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농섬은 녹슨 ‘포탄의 무덤’이었다.(7월17일치 10면 참조) 21일 찾은 농섬 곳곳에는 이른바 ‘방망이 포탄’(BDU 33)이 몇십개씩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갯벌에 박혀있던 무게 227㎏의 ‘엠케이 82’ 포탄들은 물이 밀려들어오자 곳곳에서 부초처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벌거벗은 농섬 한편 기슭에는 에이-10 전투기와 에프-16 전투기에서 발사된 수십발의 포탄이 땅 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꽂혀 있었다.

또 미 공군이 사격 표적으로 설치한 미사일 발사대 차량 등은 폐차처럼 찌그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바닷물이 닿는 농섬 가에선 여느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한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자갈과 돌 사이에는 녹슨 포탄의 잔해들이 눈에 띄었다. 철사와 탄피는 물론 포탄에서 터져나온 양철판 등이 갯벌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매향리 사격장은 주한미군이 반환에 필요한 조처인 불발탄과 납·구리 등의 제거를 완료했다고 통보해와 반환받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사정은 이렇듯 정 딴판이었다.

어민 추영배(60)씨는 “물이 들어올 때마다 갯벌에 박혀있던 녹슨 포탄 등의 중금속에서 나오는 벌건 물이 보일 정도”라며 “갯벌 속 중금속이 어패류는 물론 갯벌을 중독시키며 서서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이 사격장이 폐쇄된 뒤 가까운 농섬을 놔둔채 매일 배로 30~40분 거리의 노습펄로 나가서 굴과 바지락를 채취해 다시 배로 되실어온다고 했다. 폭격장의 전투기 소음은 그쳤지만 농섬은 박힌 포탄과 중금속에 신음하는 듯 했다.

국방부는 지난 12일 일부 주민들을 불러 주민설명회를 연 뒤 이틀 뒤에 반환발표를 했다. 전만규 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의 참여를 요구했고 조사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오염조사는 한미간 협의사항이고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버팅기고 제멋대로 반환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와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농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매향리사격장에 대한 환경조사와 환경정화작업의 재실시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미군이 환경오염치료 비용 부담 △환경치료 비용을 우리 국민이 떠안게 된 협상과정의 공개와 당시 정부 실무자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문책을 요구했다.

글·사진 화성/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