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소식

[스크랩] 과자-안 먹으면 그만?

2006. 3. 14. 07:03
이미 세간에 한 차례 충격을 줬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책이 있다. 유명 제과업체 간부로 일하던 저자가 돌연 태도를 바꿔 과자의 유해성을 폭로한 것이다. 이 도서 출간으로 제과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전 국민, 특히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의 분노로 술렁인 바 있다. 물론 일부의 관심이었지만 그 분노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최근 과자를 포함한 각종 가공식품의 유해성을 폭로한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알려진 ‘과자의 유해성’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는 사실보다 보도된 사실에 국민이 경악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도 아쉬운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그간 과자나 각종 패스트푸드를 몸에 좋다고 생각하고, 아니라면 그다지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먹였단 말인가.

물론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과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첨가물만 봐도 정작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첨가물에 대한 표기는 쓸 자리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생략하기 일쑤인 데다 영양분이나 칼로리에 대해서도 과자마다 제각각이다. 더군다나 낱개 포장에는 제품명을 제외한 정보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는 등 개선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제조회사에만 책임을 돌릴 문제도 아니다.

이번 일에 깜짝 놀랄 만큼 낮은 국민들의 의식도 문제로 지적하고 싶다. 물론 그 이전에 판매회사에서 보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게 중요하지만 국민들 역시 별 다른 관심 없이 제품을 구입해 먹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자를 고를 때 ‘어떻게 이런 색깔을 낼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향을 만들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까’ ‘어떻게 이렇게 계속 바삭거릴 수가 있을까’ 등 한 번이라도 의문을 제기해 봤다면 과자가 유해하다는 게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이번 일로 제과업계 관계자들은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며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분명 틀린 말만은 아니다.
어차피 소수만을 위해 과자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대량생산을 하고 오랜 기간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첨가제를 사용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에서 신선한 재료를 쓰고 하루를 못 넘기는 과자를 현실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을 이해하라는 말이 아니다. 현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국민들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재료 대체로 500원에 사먹던 과자가 5000원이 됐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다.
농약 채소가 싫고, 항생제 고기가 싫다고 너도나도 생활협동조합(생협)에 회원으로 가입해 적잖은 비용을 소비하며 식품을 사먹고 있지 않은가.
인스턴트 과자가 싫어 생협에서 만든 우리밀 100%에 화학첨가제는 전혀 안 들어간 데다 유통기한이 1주일도 안 되는 과자를 먹고 있지 않으냐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과자를 먹으며 ‘우리 가족은 안전하다’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방송으로 지금의 국민적 기대가 낳을 결과는 뻔하다. 늘 그래왔듯 솥뚜껑처럼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어 언제 누가 과자를 나쁘다고 했냐는 듯 다시 과자를 즐겨 먹을 테고, 지금의 열기가 보다 지속된다면 제과업체에서는 설탕 아닌 설탕, 방부제 아닌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았다는 말장난 섞인 문구로 또다시 소비자의 손길을 유혹할 것이다.
물론 진짜 자연산 과자가 이번 기회에 활개를 칠지도 모르겠다. 유기농 매장에서만 선보였던 고가의 자연산 과자들이 벌써 백화점 한 부스에 자리 잡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어차피 선택은 국민의 몫이고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 이번 기회가 바로 과자를 포함한 각종 가공식품에 대한 국민적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원천적으로 질 나쁜 과자를 생산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일이지만 그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해결 못할 문제는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

아무리 맛있는 과자라도 팔리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 생산할 이유가 없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국민이 행동을 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출처: (주)환경일보 (06-03-10)
출처 : Attaboy
글쓴이 : Attaboy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