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늙나? 안도 늙어간다
새해에는 ‘노화방지’를 건강의 화두로 삼자. 얼굴과 피부·체형의 노화방지도 중요하지만,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몸 속에서 숨어서 진행되는 혈관·뼈·뇌·장기(臟器)의 노화다.
◆ 뇌가 늙어간다 사람의 뇌는 신경세포와 신경섬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신경교조직(神經膠組織)으로 구성된다. 사람의 정신활동을 관장하는 신경세포는 약 140억개 정도다. 뇌 신경세포는 나이가 듦에 따라 조금씩 파괴되는데,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는 여느 세포와 달리 뇌 세포는 한번 파괴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미세한 뇌혈관 손상, 음주, 흡연 등은 뇌세포 파괴를 촉진한다. 충격이나 동맥경화 등으로 뇌혈관이 미세하게 손상되면 그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 받는 부위의 뇌 세포가 파괴된다. 알콜은 그 자체가 뇌 세포를 파괴하지만 비타민 결핍증을 유발해 2차적으로 뇌 세포를 파괴하기도 한다. 그 밖에 약물중독이나 갑상선질환 등으로 뇌 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은 특정 부위의 뇌세포가 집중적으로 파괴된 결과다. 뇌의 노화와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선 뇌졸중 예방에 주의하고 두뇌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눈이나 귀 등을 통해 입력된 정보는 뇌 신경세포에서 나뭇가지처럼 뻗어나온 돌기(축색·수상돌기)들을 통과하면서 기억되는데, 두뇌활동을 게을리 하면 정보가 지나가는 통로(돌기)가 위축된다”며 “바둑이나 장기를 두거나 단어를 암기하는 등 두뇌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비타민B와 E, 엽산 등이 뇌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혈관이 좁아진다 마치 오래된 쇠 파이프 내부가 녹이 슬고 찌꺼기가 끼듯, 말랑말랑하던 혈관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딱딱해 지고 직경이 좁아진다. 담배나 고혈압 등으로 혈관벽이 손상되면 손상된 혈관이 아무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에 콜레스테롤 덩어리 등이 끼어서 혈관벽이 점차 좁아지게 된다. 대표적 위험 인자는 고혈압과 흡연·콜레스테롤·당뇨 등 4가지다. 특히 담배는 혈관에 상처를 내는 물질(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시키며, 피 속 콜레스테롤이나 기타 지방성분은 혈관벽에 달라붙어 혈관 내부를 좁힌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영배 교수는 “혈관의 노화는 나이와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나이를 먹어도 얼마든지 젊게 관리할 수 있다”며 “금연과 규칙적 운동, 야채 위주 식생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타민 C와 E, 마그네슘, 은행잎 추출물 등도 혈관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 뼈에 칼슘이 빠진다 뼈는 칼슘과 인 등 무기물이 45%, 지방 등 유기물이 35%, 물 20%로 구성돼 있다. 두꺼운 골막(骨膜)으로 싸여 있으며 그 안에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가 있다. ‘조골’이란 뼛속으로 칼슘이 들어가는 현상, ‘파골’이란 반대로 뼈 속에 있는 칼슘이 혈액 속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조골·파골세포는 특히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여성의 경우 폐경으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끊어지면 뼈에서 칼슘이 왕창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생긴다. 골다공증은 고관절이나 척추의 압박 골절을 유발하며, 고관절 골절의 경우엔 10~15% 정도가 사망한다. 뼈의 노화 방지를 위해선 칼슘과 비타민D를 많이 섭취하고, 걷기·달리기·에어로빅·웨이트트레이닝 등 중력을 받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비타민 D는 조골세포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알콜이나 카페인은 조골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는 “최근 유방암 발병을 증가시킨다는 이유로 여성호르몬 복용을 주저하는 여성이 많으나 여성호르몬은 실(失)보다 득(得)이 수십 배나 많으므로 폐경 여성은 복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장기가 축 처진다 심장근육의 섬유화가 진행돼 탄력이 줄어든다. 특히 심장의 이완작용이 약해져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오는 데 문제가 생긴다. 50대에 접어들면 폐의 탄력성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폐포가 들이마신 공기 중 산소를 폐정맥 내 혈액으로 옮기는 능력이 떨어진다. 노화 때문에 위 기능이 직접적으로 약해지지는 않지만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한 위축성 위염이 심해질 수 있다. 위염이 있으면 위산을 분비하는 샘이 줄거나 없어져 위 기능 약화가 초래된다. 대장은 수축성이 떨어져 노인성 변비가 올 수 있다. 간이나 신장조직 중 일부도 섬유조직으로 변해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고광철 교수는 “노화로 인한 장기의 기능 약화는 미미해서 그 자체로는 실생활에 큰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며 “그러나 장기에 암과 같은 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병적 변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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