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빈 방에서

2006. 6. 29. 06:19

꽃멀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
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빈 방에서

내가 입다 걸어 둔 한 벌의 허름한 옷. 몸과 삶이 빠져 나와 쓸쓸하구나
이 지상에서의 나의 날개에 묻어 있는 온갖 고뇌와 그리움의 때는
빨지 않아도 정답구나. 오래 걸어둔 한 벌의 옷이 비어 있듯. 내가
비어 있음으로 편안하구나.


이해인 수녀님의 '꽃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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