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유도하는 요금체제 개선 시급, 형평성 찾고 환경성 반영해야
전국 270여개 환경·소비자·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에너지시민연대는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겨울철 전력난의 원인과 대책을 찾기 위해 "긴급진단: 충격! 16년 만의 겨울철 전력 피크"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2009년 12월, 대한민국 에너지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93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겨울철 최대전력 사용량이 여름철에 세워진 신기록을 추월한 것이다. 최대전력 사용량 기록은 주로 한여름에 냉방기기 과다사용으로 인해 세워지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겨울철 전력 사용량이 여름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 7일과 8일에 이어 15∼18일까지 최대전력 사용량 기록이 지난 여름 세워진 기록을 6차례나 경신했다. 지난 21일은 평소 20%를 유지하던 전력 예비율(전기생산 능력 중 사용하지 않고 남은 비율)이 6.7%까지 급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최소 전력 예비율을 6%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동중인 발전 시설 가운데 하나라도 멈출 경우, 정전 사태 등 국내 전력 공급 체계가 큰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까? 29일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와 원종률 안양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공통적으로 겨울철 전력난의 원인을 "상대적으로 싼 전기요금과 소비자들의 편리한 전기난방 선호로 전기 난방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전기난방은 가스나 유류 난방에 비해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발전 단계 효율이 30-40%로 낮아서(예를 들어 석유 10리터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4리터만 전기로 전환되고 6리터는 날려보내는 셈) 석유, 가스, 석탄 같은 1차 에너지 자원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수요 중 난방에 쓰이는 전력의 비중은 2002∼2003년 16.1%에서 최근 22.6%로 늘었고, 이는 여름철 냉방부하 비중과 거의 일치한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리 공개한 '에너지 세제 및 전기요금 정책의 문제점'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난방방식의 효율차이로 전기난방은 등유 콘덴싱 보일러 난방과 비교한다면 연료 낭비만 해도 연간 8000억원(7억 달러) 이상이며 연간 1조원의 국민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기난방의 확산문제는 이미 수년 전에 제기된 문제이지만 그동안 정부와 한전은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사후약방문'식 정책만 펴왔다."며 "정부와 한전은 적자와 재원 부족을 요금 인상의 기회로만 활용하며 '전기요금 인상론'을 펴고 있으나 사후 요금인상으로 인한 혼란과 소비자 손실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원가 왜곡으로 낭비를 유발하고 세금 거두기만 편리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에너지 세제와 요금은 경제성, 형평성, 환경성이 모두 부족하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중장기적인 실행계획과 시스템 개편,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규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종률 안양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제문 '겨울철 첨두전력 발생 원인 분석 및 대책'을 통해 "최근 최대전력 사용량 기록이 세워진 것은 전기 난방 확산, 조명 사용 증가,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면서 늘어난 전력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규모 상가와 주택에 효율이 떨어지는 '코일형 소형 전기난방기'가 널리 보급되고, 중대형 건물과 상가에 냉난방을 겸용하는 '전기 히트 펌프(EHP: Electric Heat Pump)'가 급증했다."며 "부처별, 업계별로 분산된 난방기기 통계조사를 개선해 정확한 난방기기 보급 및 사용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기난방기기의 효율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제품 생산시 법적 규제가 필요하며, 중대형 건물에서는 중앙집중식보다는 개별 냉난방식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 교수는 "주택용보다 산업용, 상업용, 농업용 전기요금이 싸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계절과 시간대에 오히려 요금이 싸게 책정되어 있는 등 전력 낭비를 유도하는 전기 요금이 형평성과 현실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름철 전기요금이 겨울보다 높게 돼 있으나 지금처럼 겨울 최대 수요가 여름철보다 높거나 별 차이가 없게 된 상황에서는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의 요금을 올리고,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는 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처:2009-12-29 환경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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